지친 마음을 달래는 따뜻한 목소리 이오늘

지친 마음을 달래는 따뜻한 목소리,
이오늘

안녕하세요. 이오늘 님. 매거진 구독자분들을 위해 자기소개를 부탁드릴게요.
안녕하세요. 우리의 오늘을 노래하는 싱어송라이터 이오늘입니다.

코로나의 여파일까요, 아니면 계절이 완연히 겨울로 향했기 때문일까요? 세상이 갈수록 추워지고 삶은 더욱 팍팍해지고 있는 거 같아요. 오늘 님이 안고 있는 고민거리를 공유해보고 싶어요.
많은 분과 마찬가지로 저 역시 가장 큰 어려움은 코로나19예요. 음악은 들어주시는 분들이 있을 때 비로소 존재하는 거고, 공연 역시 관객들과 함께 완성해 나가는 거잖아요. 첫 번째 EP 앨범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저의 새로운 음악을 들려드리고 교감하고 싶은데 그러지 못하는 상황에 아쉬움을 많이 느꼈어요. 그런데 요즘은 시간이 갈수록 많은 분의 마음에 조금이나마 위로가 될 수 있는 음악을 들려 드리고 싶은 생각에 고민이 깊어지는 것 같아요.

노래만큼이나 상냥한 대답이네요. 사실은 오늘 님의 노래를 들으며 지친 마음이 적잖이 채워지는 것을 느껴서 드린 질문이었어요. 지친 몸을 이끌고 내일로 달려가라 독려하기보다 ‘지칠 수도 있지’, ‘힘들면 쉬어도 괜찮아’ 같은 포근한 위로랄까요? 이런 목소리를 건네는 사람은 어떤 고민을 안고 있을지 궁금했거든요.
사실 누군가가 제 노래를 주의 깊게 들어주시는 것만으로도 감사한 일인데, 제 목소리에 공감하고 위로를 받았다고 말씀해주시는 분들이 제법 계세요. 그런 반응들이 제게도 큰 위로로 다가오더라고요. 음악을 하는 사람으로서 느낄 수 있는 가장 큰 보람인 것 같아요.

지난 11월에 발매한 EP 앨범 〈우리의 오늘은 별이 될 거예요〉도 비슷한 주제 의식을 담고 있는 것 같아요. 이번 앨범에 담고자 했던 메시지에 대해서도 이야기해주세요.
〈우리의 오늘은 별이 될 거예요〉는 『위로』라는 하나의 주제를 가진 앨범이에요. 공감부터 격려까지 다양한 형태의 위로가 담겨 있어요. 타이틀은 ‘Portrait’와 ‘우리의 오늘은 별이 될 거예요’ 이렇게 두 개인데요, Portrait는 자화상을 보듯이 자신의 어두움을 마주하는 곡이에요. 작사는 ‘좋아서 하는 밴드’의 안복진 님께서 참여해 주셨는데, 시각적 은유를 통해 어두운 감정을 표현했어요. 저마다 처한 상황이 다른 만큼 이런 어렴풋한 은유가 더 큰 공감대를 형성하여 같은 마음을 느끼길 바랬어요.
우리의 오늘은 별이 될 거예요는 어떤 분들이 듣게 될까, 어떤 말이 듣고 싶을까, 어떤 상황에서 이 노래를 찾게 될까? 라는 질문에서 출발했는데, 그렇게 “힘들지?”라는 첫 소절을 쓰고 나니 나머지는 술술 써내려갈 수 있었던 곡이에요. ‘나의 어두운 마음에 별을 새겨 놓아 주겠다.’라는 스스로의 다짐이 담겨 있는 곡입니다.

게다가 이번 앨범은 오늘 님의 첫 하드 카피니 만큼 더욱 각별할 것 같아요.
네 맞아요. 데뷔 이후 처음 손에 쥐어 보는 피지컬 앨범이죠. 곡 작업뿐 아니라 앨범의 전체 콘셉트는 물론, 비주얼 작업에도 함께 참여했는데요. 음반이 탄생하는 과정을 통해 저 또한 새로운 영감을 받을 수 있었어요. 음악이 아닌 다른 분야의 예술과 협업하며 음반을 만들어나가는 과정은 정말 즐겁고 멋진 경험이 었습니다.

이번엔 기억을 거슬러 첫 번째 싱글 ‘2년째 연애 중’을 제작하던 시절로 돌아가 볼게요. 첫 싱글을 발매한 행위는 나에게 있어 어떤 의미로 다가왔나요? 나아갈 방향과 목표가 뚜렷해졌는지 혹시 더 혼란스럽고 고민이 많아진 건 아닌지 궁금해요.
‘2년째 연애 중’은 처음으로 작사, 작곡을 모두 제 손으로 끝마친 곡이에요. 녹음 결과가 마음에 들지 않아 몇 번씩 엎어가며 꼬박 1년을 투자한 끝에 완성할 수 있었어요. 음원을 발매하는 과정에 대해 전혀 모른 채 덤벼들기도 했었고 정말 맨땅에 헤딩 그 자체였네요. 그렇게 발매한 곡이 음원 플랫폼에서 인디 차트 100위 안에 들어갔다는 것만으로도 신기한 경험이었어요. 돌이켜 생각해 보면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음악을 하고 싶은 열망이 생긴 것 같아요. ‘2년째 연애 중’은 제가 뮤지션으로 발을 뗄 수 있게 해 준 결정적 동기가 된 곡이라고 할 수 있어요.

데뷔 이후로 매년 수차례 싱글을 발매하셨는데, 저마다의 탄생 배경이 조금씩 다르고 전하고자 했던 메시 지에도 변화가 있었을 거 같아요. EP를 발매하며 자신의 음악 세계를 뒤돌아봤을 때 어떤 부분에서 발전을 느끼고 가장 큰 변화는 무엇인가요?
전에는 다양한 음악을 접하며 제가 하고 싶은 음악에 조금 더 치중하는 편이었다면, 이제는 들려 드리고 싶은 음악에 집중하고 있다는 게 큰 변화인 것 같아요. 사실 예전엔 어떤 음악을 좋아하는지 스스로도 정리가 잘 안되어있었거든요. 그런데 이제는 여러분이 좋아해 주시는 음악이 저 또한 좋아하는 음악이 되었어 요. 그런 제 변화가 담긴 앨범이 〈우리의 오늘은 별이 될 거예요〉입니다. 앞으로 더 깊고 점진적인 「이오 늘」의 음악 세계를 보여 드릴 수 있을 것 같은 확신이 들어요. 이런 마인드의 변화가 뮤지션 이오늘의 발전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뮤지션으로서 성숙해지며 자신의 음악을 찾아가는 과정이었다고 볼 수 있겠네요. 그러면 ‘이오늘’이란 이름은 어떻게 탄생하게 된 건가요?
스치듯 흘러가는 많은 나날 중 하나인 ‘오늘’이 아니라 소중한 ‘지금, 이 순간, 바로 오늘!’을 담고 싶었어 요. 제가 곡을 쓰고 노래하는 모든 ‘오늘’들이, 또 제 음악과 함께 하는 여러분의 ‘오늘’들이 행복하길 바라 면서 만든 이름입니다.

사실 뮤지션으로 홀로서기를 해나가는 게 쉽지만은 않은 일인데, 꾸준히 음반을 발매하고 음악 활동을 이어가는 걸 보면 어떤 원동력을 발견했을거 같아요.
시간이 흐르는 걸 무서워했던 적이 있어요. 지나온 일들이 기억에서 흐릿해 지는 게 마치 나 자신도 흐릿해지는 것 같았거든요. 하지만 발매한 곡들을 들을 때면 그때의 기억들이 생생하게 떠올라요. 곡을 쓰기 시작할 때부터 작업을 마치는 순간까지 느꼈던 감정들과 순탄했던 혹은 그러지 않았던 여러 가지 기억들 모두 다요. 곡 작업을 시작한 후로는 앨범들이 저의 기록이 되어 주었고 신기하게 이제는 더 이상 시간이 무섭지 않아요.

곡을 쓰고 노래를 부르는 행위가 자신에게도 일종의 치유를 가져다주나요?
직접적으로 제 이야기를 담은 곡이 아니더라도 모든 노래에는 생각과 언어를 거친 저의 목소리가 담겨 있기 때문에 곡을 들어주시는 분들과 깊은 유대감을 느껴요. 무대에서는 특히 더 깊이요. 대화를 나누지 않아도 눈빛만으로 같은 마음이란 걸 느끼죠. 참 행복한 일인 것 같아요. 그래서 하루빨리 코로나가 종식되어서 관객 여러분과 가깝게 교감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요.

힘들 때 건네는 위로는 큰 힘이 되기도 하지만, 결국 그 고통은 오롯이 본인이 해결해야 할 몫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해요. 그런 관점에서 오늘 님의 노래는 큰 위로가 되기도, 단편적 안위로 끝날 수도 있을 텐데, 자신의 목소리가 타인에게 어떤 치유제로 작용하길 바라시나요?
음악이 우리가 직면한 문제들을 해결해 줄 수는 없지만 잠시 그 문제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 같아요. 5분이 안 되는 짧은 시간이지만 그 시간을 통해 잠시나마 자유를 느끼셨으면 좋겠어요. 제 목소리가 잠깐 바람을 쐬고 오는 것처럼 누군가의 마음에 환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충분히 환기가 될거라 믿습니다. 첫 싱글을 발매한 2016년부터 현재까지, 솔로와 소속사를 번갈아 가며 활동을 이어오셨는데 각각의 장단점을 말씀해주신다면?
혼자서 활동할 때는 모든 결정과 판단을 자유롭게 내릴 수 있지만, 저는 그런 장점보다 외로움이 더 크게와 닿았던 것 같아요. 웨스트브릿지에 소속된 지금은 곡을 쓰면서 확신이 들지 않을 때나, 방향에 대한 의문이 생길 때 함께 고민해 주시는 게 가장 고마운 부분이에요. 물론 여러 사람의 기대가 걸린 만큼 더 잘해내야 한다는 부담은 있어요. 그래도 이번 앨범은 그 부담이 더 잘해보고 싶다는 기분 좋은 자극이 되었던 것 같아요.

슬럼프의 늪이라던지 창작의 고통처럼 오늘 님에게도 위로가 필요한 수많은 순간이 있었을 텐데, 자신을 지탱해준 가장 고마운 사람을 떠올려주세요.
사실 제가 힘들 때 이야기를 잘 못 털어놓는 성격이거든요. 그런 저를 용케 헤아리고 더 큰 응원과 지지를 보내주는 가족과 친구들이 떠올라요. 그리고 팬분들 역시 항상 과분할 정도로 진심 어린 응원과 지지를 보내주고 계세요. 모두 제가 어떤 상황에 처해 있더라도 한결같은 마음을 보내며 저를 응원하고 기다려주시는 분들이에요. 언제나 감사한 마음입니다.

그런 고마운 사람들에게 자신의 음악이 어떤 기억으로 남으면 좋을 것 같아요?
제가 정말 좋아하는 노랫말이 있는데요, “Be yourself! No matter what they say”라는 말이에요. Sting의 ‘English Man In New York’이란 곡의 한 소절이죠.
오랜 시간 저를 지탱할 수 있는 힘이 되어 준, 스스로 의심되고 혼란스러울 때마다 읊조리며 다시금 자신을 가다듬었던 말이에요. 이 노래가 제게 그랬던 것처럼 제 음악도 누군가의 마음에 깊이 새겨져 흔들릴 때마다 힘이 된다면 좋겠어요.

만약 대중을 고려하지 않고 오롯이 본인의 음악적 성취감을 위해 노래를 만든다면 어떤 노래를 만들고 싶은가요?
다양한 장르의 음악에 도전해 보고 싶어요. 라틴재즈나 아이리시 음악 같은 제3세계 음악에도 관심이 많거든요. 지금은 뮤지션 이오늘의 음악 세계가 깊어질 수 있도록 집중하는 시기이지만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좀 더 폭넓은 장르를 제 음악에 접목 시키고, 발전시키면서 스펙트럼을 확장해 보고 싶은 마음이 있어요.

평소에 어떤 취미를 즐기시는지도 궁금해요.
피크닉을 좋아해요! 가벼운 먹거리를 챙겨서 집 근처의 공원이나 산으로 종종 산책 하러 나가요. 마음에 드는 곳을 발견하면 주섬주섬 돗자리를 펼친 뒤 누워서 음악을 듣거나 책을 읽고 바쁠 땐 작업을 하기도 해요. 한 달에 한두 번은 꼭 가는 것 같아 요. 최근엔 코로나 때문에 가지 못하는 날들이 더 많았지만요.

벌써 헤어질 시간이라니 너무 아쉽네요. 끝으로 오늘 님의 바람을 들으며 인터뷰를 마쳐볼게요.
개인적인 바람이라면 지금처럼 최선을 다해 오늘을 살고, 순간순간에 감사할 수 있는 마음의 여유를 잃지 않았으면 해요. 다가온 2021년에는 우리가 모두 코로나로 부터 자유를 만끽하고, 빠른 시일 내에 여러분과 무대에서 만날 수 있길 바랍니다. 그리고 먼 훗날, 제 음악을 통해 이 어려운 시기를 잘 버텼다는 이야기를 듣는다면 정말 기쁠 것 같아요. 모두 건강하시길, 그리고 괜찮은 오늘이길!

이오늘과 다른 인물들의 인터뷰는 레전드매거진 VOL.024를 통해 확인이 가능합니다!

▣밀리의서재 https://vo.la/pBSoa
▣조인스프라임 https://vo.la/AD3u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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