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석원의 음악칼럼 #01 - 뮤지션과 음악방송 그리고 실용음악
우리나라 대중음악에 있어서 90년대는 가요시장의 황금기였다. 실용음악 전공자들이 대거 등장하면서 가요계에 중요한 한 축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었고 ‘노영심의 작은 음악회’, ‘이문세쇼’, ‘이소라의 프로포즈’, ‘윤도현의 러브레터’ 등 TV 음악방송도 각축전을 벌이며 정통 라이브 음악방송의 입지를 다지던 시기였다. 그리고 ‘슈퍼스타 K’, ‘나는 가수다’ 등의 서바이벌 경연 포맷이 시청자로부터 각광을 받으면서 최근까지 이어져, 한 트롯 경연 방송은 시청률이 30%에 육박하기도 했다. 현재 K-POP 시장은 글로벌화되고 있고 미디어와 콘텐츠는 다양한 형태로 확장되며 발전하고 있다.
시장은 커지고 있지만 아쉬운 부분도 있다. 얼마 전 ‘아카이브K’라는 방송을 보면서 우리나라 가요의 흐름과 한 시대를 풍미했던 선배 뮤지션들을 볼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 반면에 조금 안타까운 면도 느꼈는데, 빌보드에서 상을 타고 몇억 뷰가 나온다는 BTS를 위시한 아이돌 그룹의 소식은 자주 접할 수 있지만, 선배 연주자, 그 외 다른 가수분의 활동과 소식은 쉽게 눈에 띄지 않는 게 현실이다.
실용음악의 영향으로 정말 많은 뮤지션들이 등장하고 있고, 또 사라지고 있다. 연주자, 가수들은 서바이벌 경연 프로를 통해 화제성을 얻지 못하면 음악으로 생계를 이어 가기도 쉽지 않은 실정이라 너무나 안타깝다. 다행히 서바이벌 경연 프로는 계속 나오고 있다. 방식과 연출은 다르다 해도, 중심이 되는 음악의 편곡 방향이 획일화되는 것에 대해 부정적으로 보는 사람도 있겠다. 그러나 필자는 음악감독과 편곡자와 제작진의 고민과 노력을 느낄 수 있어서 너무 좋다. 계속 진화해야 한다 생각한다. 다양한 뮤지션이 설 수 있는 무대가 있는 건 너무나도 좋은 일이고 더 많이, 많이 생겼으면 한다. 새로운 기회의 창조이고, 장르이지 싶다. 물론 심금을 울리는 스토리는 필수~^^ 시청률과 화제성의 경쟁 속에서도 꿋꿋하게 정통 음악방송의 포맷을 이어 가는 방송이 있다. ‘유희열의 스케치북’. 현재도 진행형이고 올해로 12년째 이어가고 있는 방송이다.
필자는 ‘이문세쇼’ 때부터 ‘유희열의 스케치북’까지 26여 년간 하우스 밴드로 참여하고 있다. 실용음악을 전공한 뮤지션의 한 사람으로서, 지금까지 겪었던 방송, 공연 등에서의 여러 에피소드와 실용음악에 관한 이야기를 하나하나 재미있게 풀어볼까 한다.
에피소드 #1 - 이문세쇼
‘이문세쇼’는 1995년 매주 토요일 9시, 황금 시간대 생방송으로 진행하는 라이브 음악 토크쇼였다. 생방송이라는 특성 때문인지 항상 긴박하고 역동성 있게 진행되었다. MC 이문세 씨 특유의 위트 있는 진행과 입담으로 음악에 재미를 더했다.
그리고 하우스 밴드. 당시 연출 박해선, 음악감독 강승원, 드럼 남궁연, 베이스 박찬종, 기타 이정우, 피아노 이송이, 건반 김석원으로 ‘음악 천재들’이라는 팀명으로 소개되었다. 이때 옷을 못 입는다고 남궁연 형에게 핀잔을 많이 들었다. 잠깐이지만 스타일리스트가 의상을 도와줘서 겨우 스트레스에서 벗어났던 기억이 난다.
얼마 후 갑자기 남궁연 형은 보이질 않고 장혁 형이 새로운 드러머로 들어왔다.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지만 아마도 방송 진행 욕심이 좀 있었던 것 같다. 그 후로 남궁연 형은 연예 정보 방송에서 볼 수 있었다. 밴드 멤버 중에 이송이, 박찬종, 그리고 필자는 서울예전 실용음악과 출신으로 기악 전공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프로 뮤지션으로 데뷔하는 방송이기도 했다. 가요계에서 실용음악 전공 학생들에 대한 관심이 점점 높아가는 시기이기도 했다. 서울예전 실용음악과는 1988년에 처음 생겨나 보컬 전공으로 1기 문희옥, 2기 박선 주가 활동을 하고 있었지만 기악 파트들은 이렇다 할 활동이 없었다.
갓 졸업한 애송이 뮤지션이 기존 가수의 곡을 한두 번 맞춰 보고 생방송을 한다는 건 보통 큰 부담이 아니었다. 연습을 정말 많이 했던 것 같다. 생방송 때 항상 너무 떨렸고, 슛 들어가기 전 마지막 광고 후반부에 카운트다운이 들어가는데 그때 느꼈던 긴장과 쫄깃함은 여전히 잊혀지질 않는다. 그냥 정신없이 휙 지나가고 녹화가 끝나면 다리에 힘이 풀려 있었던 것 같다.
‘이문세쇼’ 때 나에게 가장 깊은 인상을 준 가수는 솔리드였다. 교포 출신으로 당시 우리나라에는 조금 생소했던 R&B 장르를 완벽하게 소화하는 팀이었다.
합주가 있던 날. 당시에는 교포 출신이라 그런지 개방적이고 자유분방할 거라는 선입견으로, 소통에 문제가 있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이 앞서 있었는데 그 생각은 완전히 틀렸다. 그들은 너무도 친절하고 예의가 발랐으며, 밴드와 끊임없이 교감하고자 노력하는 친구들이었다. 심지어 내 보면대가 쓰러지면서 악보들이 바닥에 쏟아졌는데 김조한은 마지막 한 장까지 끝까지 주워 보면대 위에 공손하게 올려주기까지 했다. 나 역시 완전 신인이었기에 정신없고 불안해서 안절부절못하고 있었는데, 그 따듯함과 친절은 지금도 잊혀지질 않는다. 너무 고마웠다. 그렇게 정신없는 시작으로 프로 뮤지션으로서의 첫발을 내딛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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