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디제이 선비(SunB)
DJ SUNB (디제이 선비)는 클럽 EXXIT와 용평리조트페스티벌 음악감독이면서, All-kind 장르의 디제이다. 그는 월드 디제이 페스티벌, 마이크로 서울 페스티벌, 위아더원베트남 등 다양한 페스티벌 이력과 한국 TV 예능 프로그램인 버라이어티 쇼에 다수 출연한 경험이 있다. 이번 인터뷰를 통해 디제이 선비(SUNB)만의 이야기와 함께 음악에 관한 생각, 그리고 앞으로의 행보에 대해서 이야기해보았다.
자기소개를 부탁드려도 될까요?
안녕하세요, OmnisoundKorea 소속 DJ SunB입니다. ‘선비’라는 디제이명은 의학이든 음악이든 꾸준히 학문처럼 닦아나가자 라는 의미입니다. 본명은 ‘천재현’, 2021년에 디제잉을 시작했습니다. 고향은 대구입니다.
서울은 언제 오시게 되었나요?
뒤늦게 고3때 사춘기가 찾아와 시름시름하니까 부모님이 서울로 전학을 보냈어요.
서울에서 공부를 열심히 하신건가요?
가출했어요. 당시 OCN에서 ‘고래사냥’이라는 영화를 틀어줬는데, 거기에 안성기 배우가 ‘자유로운 거지’로 나오는걸 보고 동경하게 되었어요. 다음날 손에 만원짜리 한 장 들고 무작정 가출해서 강원도 판자촌에서부터 서울역 화장실까지 몇 달을 노숙하며 지냈어요. 중요한 고3 시기니 무리해서 서울로 왔는데 아예 집을 나가서 세상 구경하며 돌아다닌거죠. 부모님 속을 많이 썩인 거 같아 죄송스럽지만 돌이켜보면 그때 남들이 쉽게 할 수 없는 경험을 통해 단단한 세계관이 형성된 것 같아요.
직업이 의사이기도 한데.. 가출했는데 어떻게 의사가 되었나요?
전학 온 학교의 담임선생님이 제 대학교 수시면접을 넣어놓았다는 걸 우연히 입시학원 전단지 알바를 하면서 알게 되었어요. 가출상태라 갈 곳이 없어서.. 그 대학교 벤치에서 잠을 자고 그냥 경험이니 가봐야겠다 하고 머리가 떡진채로 면접을 봤지요. 다들 멋있게하고 정장입고 오는데 왠 추노복장의 거지가 들어와서.. 면접 본 교수님들이 많이 놀라셨을거에요. 물리법칙이랑 수학 확률문제가 나왔었는데 몇 달째 가출상태라 공식이 안나서 그냥 생각나는대로 주절주절풀었어요. 이상한 복장으로 이상한 다른 방식으로 비유해서 푸니까 ‘쟨 뭐야’ 했을텐데 우연히 답이 맞았나봐요. 뭐 그렇게 나중에 들으니 합격했다고 하더라고요.
음악과 DJ활동은 언제부터 하게 되었나요?
어렸을땐 가요와 팝송을 좋아했었어요. 오래하진 못했지만 대학교 때 밴드에서 드럼도 치고, 오케스트라 동아리에 들어가서 바이올린도 연주했었어요. 디제잉은 언젠가 꼭 해보고 싶었는데 코로나에 걸려서 2주간 강제격리 하며 시작하게 되었어요. 혼자 틈틈이 유튜브와 인터넷 강의를 듣다가 나중에는 DJ GLORY와 Vandalrock을 찾아가 디제잉과 프로듀싱을 배웠어요.
첫 디제잉은 어디서 어떻게 시작했나요?
3년전 아는 디제이 동생이 우연히 인스타에 올린 방구석 디제잉 사진을 보고 압구정의 한 라운지에서 디제잉을 제안했어요. 정말 초짜 때라며칠 밤을 벼락치기로 연습했는데 다행히 꺼먹지 않고 잘 마무리해서 다행이었어요.. (사실 두번째 공연때 꺼먹었..)
좌우명이 있나요?
내 주변에 일어나는 모든 일들을 불꽃처럼 강렬히 여기자. 핑계없는 무덤 없다. 나만의 스타일을 가지자.
콜라보도 많이 하시는 것 같던데?
디제잉 자체도 매력이 있지만 Eric Prydz나 Tale Of Us 가 인기를 얻는것처럼 디제잉도 이제 오감을 자극하는 ‘쇼’의 개념을 만들고 싶어서요. 그동안 전자바이올리니스트, 사물놀이패, 판소리꾼, 트럼펫과 색소폰 연주자들. 탭댄서, 래퍼, 가수, 비보이 등과 함께 콜라보를 진행하며 시행착오를 거듭하며 성장해가고 있어요. 앞으로 비쥬얼그래픽, 드론, AI기술 등등을 접목해보고 싶어요.
운동도 좋아하시나봐요.. 매년 바디 화보에 몬스터짐, 핫가이, 핏가이, 미스터인터내셔널 코리아 수상도 하셨고..
저는 사실 살기 위해서 운동했어요. 하루종일 수술을 굽은 자세로 깨작거리다보면 거북목에.. 전에 PT받을 때 트레이너분이 “아니 우리 회원님, 몸 이렇게 만드신거 아까우니 대회 나가보시지요”라는 사탕발림에 넘어가서.. 이 지경까지.. 장점은.. 무대에서 불 쏘고 레이저 뿜어도 눈 하나 깜짝 하지 않을 수 있어요.. 그래봐야 수술방라이트보다 약해서요.. 아니면 벌써 눈이 간 건가.. 큐가 잘 안보일때가.. 디제이분들, 헬스파트너 필요하시면 언제든 연락주세요. 눈은 침침하지만 덤벨은 잘 들어드릴 수 있어요. 인스타그램 @doctor.chun과 함께 고통의 세계로..
특이한 이력/수상경력도 많으신데.. 얼마 전에 국회에서 성형분야 베스트닥터로 상 받으신 것도 들었고.. 대한리프팅연구회 이사? 인플루언서? 이런 활동은 병원일 하시면서 다 언제하시는건가요? 혹시 쌍둥이 동생분이 대신 활동하시는거 아닌가요?
제가 너무 바쁘면 가끔 분신술을.. 의사 천재현의 은밀한 이중생활로 시작한 디제잉이.. 이제 너무 일이 커져버려서 의사 학회에서 이제 저를 의사인걸 까먹고 디제이로 초빙하고 있어서 큰일이에요.. 얼마 전에 자카르타 학회장에서 디제잉하고.. 저희 병원 송년회에도 2년째 디제잉을.. 의사 일도 티 안 내지만 열심히 하고 있는데 자꾸 의사 그만뒀냐고 물어봐서 의사 계정도 따로 팠어요.
본인의 주력 장르는?
하나를 꼽으라면 ‘싸이트랜스’입니다. 사실 모든 장르를 좋아하고 섞어서 플레이하는 Open Format 디제이이지만 해외 아티스트중에 Timmy Trumpet, Vini Vici, Hilight Tribe의 영향도 많이 받는 것 같아요.
평소 취미는?
디제잉을 시작한 후로 너무 바빠서 취미생활을 잃어버렸지만.. 사실 한때는 스타크래프트 중독.. 아마추어 대회 우승도 여러 번 했을 정도로 진심이었다고.. 요즘은 살기 위해 퇴근하고 헬스장.. 마사지.. 새로운 시술, 수술개발.. 디깅.. 에이블톤 붙잡고 스트레스 받기.. 인스타그램에 좋아요 누르기.. 댓글 안달리면 스트레스 받기..
DJ를 꿈꾸고 준비하는 후배들에게 꼭 해주고 싶은 조언은 무엇인가요?
디제잉은 문화를 이해해야 바이브를 만들 수 있다.
DJ에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관중들과 베뉴의 문화를 이해하는 일이요. 마이애미와 이비자까지 포함해서 8개국 30여개 도시에서 디제잉을 해봤는데, 결국 그들이 살아온 역사와 정서, 그 시대/지역의 아이콘을 이해하지 못하면 신나게 할 수는 있지만 감동까지 주기는 힘든 것 같아요. 결국 디제잉 혹은 음악도 문화를 알아야 더 큰 바이브, 감동의 웨이브를 만들 수 있는 것 같아요.
성형외과 의사일과 DJ를 병행할 때 장점과 단점은?
비트 쪼개듯 늘 시간을 쪼개써야해요. 출근전에도 디깅, 퇴근하고도 디깅.. 점심에도 혹시 시간이 되면 잠시 셋짜고 스플라이스에서 소스찾고.. 의 반복이에요. 가끔 남들이 평범하게 누리는 것들 – 점심에 나가서 맛있는 것 먹고 산책하고, 주말에 친구들 만나서 놀러가거나 넷플릭스 보거나 침대와 한몸이 되거나 데이트를 하거나 - 이런것들을 거의 포기하며 살아요. 해외에서 명함 내밀 정도의 인지도가 생길 때까지는 아마 이렇게 열심히 살지 않을까 싶어요.
DJ라는 직업의 장점과 단점
DJ의 장벽이 낮아짐으로써 많은 분들이 현재 DJ라는 업을 하고 있어요. 취미로도 많이들하고요. 여러 장점이 있겠지만 최고의 장점은 음악을 자신의 무대에 녹여 전달 하고자 하는 에너지를 원 없이 무대에서 뿜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요. 해외에서 인정을 받게 되면 글로벌한 경험을 할 수 있는 장점도 있구요. 그 외 저는 개인적으로 무대를 하고 나면 운동한 기분이 들어서 좋기도 하구요. 최고의 단점을 뽑자면, 고정적인 수입이 없다는 점, 생계와 직업은 별개로 생각해야하는 부분이다 보니... DJ만 해서 돈 벌기에는 스타가 되지 않은 이상 한계가 뚜렷하게 나타나기 때문이예요. 그리고 DJ 뿐만 아니라 만능엔터테이너가 되야한다는 점? 그런 부분에서 연예인과 비슷하다고 생각이 들어요. 장점은 차별화가 되는 것이에요. 사실 의사입장에서는 디제잉을 하는게 ‘딴짓하는 의사’처럼 엉뚱한 의사로 비춰질 수도 있거든요. 반대로 디제이로서는 ‘의사인데 디제잉을 해? 한번 들으러 가볼까?’ 하는 호기심을 자극할 수는 있는거 같아요. 그래서 가끔 더 부담이 되기도 하지만요.
다른 일과 DJ를 병행하는 노하우가 있다면?
스스로 건강과 시간관리, 경제적인 부분에 대한 관리를 정말 잘 해야해요. 세상은 공평하지 않고, 자원과 능력은 늘 한정되어 있기에 저도 어떤 형태로든 주 7일 일하는 걸 10년 가까이 해오고 있어요. 그리고 단순히 ‘취미로 투잡하는 디제이’에 그친다면 전업 디제이분들에게 민폐를 끼치고, 이 씬의 발전을 저해할 수도 있기 때문에 조금 더 힘내주셨으면 좋겠고, 여러 분야의 사람들이 디제이 씬에 들어와서 다양성을 불어넣을 수 있고, 더 대중들의 관심을 끌 수 있다고 생각이 돼요. 저 또한 모든 디제이분들을 리스펙하고, 한국의 전자음악 씬을 함께 키워나가고 싶기 때문에 열심히 하고 있어요. 해외에서도 인정받는 인지도와 실력을 갖추기까지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겠지만 천천히 많은 공을 들이고 있어요.
앞으로의 행보 및 하고 싶은 말
태어난 김에 정말 좋아하는 것을 하며 살기로 마음먹고 버킷리스트 하나씩 도장깨며 살고 있습니다. 저는 디제잉과 수술이 너무 재미있습니다. 앞으로도 꾸준히 지금의 열정 변치않고 정진하는 DJ SunB가 되겠습니다. 지켜봐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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