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핑, 파도를 가르는 행위에 담긴 의미 - 서퍼그라피

우연의 3조건:

파도, 서퍼 그리고 그라퍼

서퍼그라피는 서핑을 사랑하고 자신의 일을 즐기며 좋아하는 사람들을 위한 플랫폼이며 자연과 인간이 함께 만들어 내는 가장 멋진 우연의 순간들을 담아낸다. “매일 서핑을 한다고 해서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에요. 파도가 있어야 하고, 그 파도를 서퍼가 타야 하며, 그 순간에 포토그래퍼가 함께 해야 하죠.” 서핑 사진을 얻기 위해서는 파도, 서퍼 그리고 그라퍼 이 3박자가 충족되어야 한다고 서퍼그라피 조일권 대표이사는 얘기한다. 과거 사진작가로서 활발히 활동했던 그는 서핑을 기점으로 새로 쓰인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낸다.

“어렸을 때는 포토그래퍼 활동이 전부인 줄 알았어요. 여기서 조금 더 영향력을 갖추어 상위 몇 퍼센트의 인지도를 얻고, 돈을 버는 것이 삶의 척도였죠. 멋진 장소에서 촬영을 하고, 먼저 좋은 것을 접하면서, 사람들에게 영감을 줄 수 있는 작업으로 소통하는 것이 꿈이었는데 막상 그 일을 직업으로 하고 있을 때는 그다지 즐겁지만은 않더라고 요. 그렇게 담긴 사진은 남을 위한 작업이 대부분이었고, 저의 기술과 아이디어를 찾을 뿐 저라는 사람을 좋아해서 찾아주는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동시에 ‘능력이 없으면 나는 어떤 존재인가’ 의문이 생기면서 뭔가 중요한 것을 잃어버린 듯한 기분이 들었죠.”

“하지만 바다에서의 삶은 완전히 달랐어요. 일찍이 원하는 건 무엇이든 다 이루던 도시 생활과는 달리 제 의지로 되는 것이 아무것도 없었거든요. 파도 앞에선 돈이건 지식이건 무용지물이었고, 그렇다고 제가 그만큼의 에너지를 갖고 있던 것도 아니었죠. 자만심으로 가득 차 있던 제가 망가진 이후로는 아무것도 아닌 존재임을 깨달았어요.

그 후로 해가 뜨고 질 때까지 하루 종일 서핑만 하면서 오로지 저에게만 집중하며 생활했어요. 그러다 잠시 서핑 강습 아르바이트도 하면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기도 했는데 그로 인해 자신감을 얻기도 하고, 동시에 일과 휴식 사이에 밸런스가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죠. 그렇게 서핑 이후의 제 삶은 모든 것이 변했고, 제 인생의 터닝포인트라 할 수 있어요.”

Q 서퍼그라피가 탄생하게 된 배경이 궁금해요.
포토그래퍼란 꿈 하나로 달려와 20대 후반에 일찍 데뷔하였고, 상업사진과 예술사진 두 가지를 병행하면서 쉼 없이 일만 하다 보니 저에게도 번아웃이라는 게 왔었나 봐요. 그 자리에서 모든 것을 접고 무작정 떠났어요. 정신을 차려보니 해변에 도착해 있었고, 그렇게 1년이란 시간을 서핑과 함께 먹고 자며 한동안 히피와 같은 삶을 즐겼죠. 그러다 서핑 트립을 가게 된 첫 여행지가 바로 인도네시아였는데, 그곳의 낯선 문화에 굉장히 강렬한 인상을 받았어요. 서핑의 천국답게 거기엔 ‘데우스 템플(Deus Temple)’이라는 어마어마한 곳이 존재했는데 외관은 보통 사원의 모습을 하면서 안에는 서프보드를 판매하기도 하고, 바버샵이나 서핑 용품점과 같은 가게들이 입점해있었죠. 그야말로 서핑의 성지 같은 곳이었어요. 서핑을 테마로 한 다양한 예술도 활성화되어 있었는데, 때마침 유명 서프 포토그래퍼의 사진전이 전시 중이었죠. 그때 ‘서프 포토그래퍼’라는 장르를 처음 알게 되었고, 전시 사진들을 봤을 땐 누군가 제 뒤통수를 세게 때린 것 같았어요. 주로 제 작업은 누가 찍어도 아름다운 모델이나 오브제를 촬영하는 일이었고, 이에 신물이 나기도 했지만 나름의 자신감도 갖고 있었거든요. 또 그 시기에 이 일이 점점 위태로워짐을 느끼면서 다른 분야와의 겸업도 생각하고 있을 때였죠. 그렇게 감동을 안고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한국에서도 이와 같은 서핑 문화를 시도해보면 어떨까 고민을 했고, 귀국하자마자 바로 창업을 준비하게 된 겁니다.

Q 작가로서 평소 찍던 사진과 비교하였을 때, 서핑 사진만의 차별화되는 점이 있다면 어떤 부분인가요?
대부분 서핑 촬영이 그냥 물에 들어가서 찍으면 되는 줄 알고 계세요. 모든 사진이 찰나이고 야외 촬영은 항상 변수가 많지만 서핑 촬영은 훨씬 심해요. 그렇기 때문에 연출하기가 매우 힘들죠. 동일한 시간대 같은 날씨 그리고 같은 빛이 내리쬐어도 파도는 매번 다르고, 그 파도를 서퍼가 타는지 또한 미지수이기 때문에 거기에서 오는 우연의 산물이 가장 매력적인 것 같아요. 그러다 보니 촬영 컷 수도 훨씬 많아지고, 물에서 몸을 가누며 무거운 장비를 들고 촬영을 해야 하니 체력도 금방 소진되죠. 또 수중에서 견딜 수 있는 시간적인 한계도 있어요. 체력뿐만 아니라 수온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위험은 언제나 존재하죠. 요즘은 드론이나 망원 렌즈 등 장비들이 많이 좋아져 물 밖에서 촬영하시는 분들도 계시지만 이 또한 쉽지 않아요. 파도와 그 파도를 타는 서퍼를 기다려야 하기 때문에 굉장히 많은 시간이 할애되죠. 심지어 드론은 배터리가 그 시간을 버텨주기엔 아직 역부족이고요. 그만큼 서핑 촬영은 누구나 접근할 수 있는 게 아니며, 찍는다 해도 A컷을 얻기가 하늘에 별 따기와 같죠. 그래서 더욱더 특별하다고 생각해요.

서핑이 전 세계에 널리 알려져 지금과 같은 모습으로 발전한 데에는 수십 년 전부터 서퍼들과 함께해온 서프 포토그래퍼의 공헌도 큰 몫을 차지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들의 기록과 노력이 없었다면 원주민들의 문화나 놀이에서 그쳤을 수도 있겠죠. 그만큼 서핑과 사진은 서로가 떨어질 수 없는 관계예요. 파도를 타고 있는 나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은 카메라 밖에 없으며, 서핑을 하면서 본인을 찍기는 힘들죠. 심지어 서핑 동호회에선 필연적으로 촬영하는 사람이 생기기도 해요. 따라서 저희 플랫폼을 통해 많은 서퍼분들이 파도를 즐기며 좀 더 특별한 이벤트를 경험하길 바랍니다.

댓글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세계적인 동영상 소프트웨어 VEGAS Pro의 MAGIX, 사운드캣 독점 계약

[ TREND&GENRE] 1990년대 한국 대중음악사 : 다양성과 글로벌화의 시대

사운드캣, 장안종합사회복지관에 음향기기 기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