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핑, 파도를 가르는 행위에 담긴 의미 - 태평양관광기구①

서핑이 한시적 열풍을 넘어 해양 레저를 대표하는 스포츠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SNS에선 서핑을 태그로 한 게시물이 빠른 수로 증가하고 있으며, 서핑의 성지 양양을 방문한 관광객은 전년대비 10% 증가, 전국 관광객 증가율 1위를 차지하였다. 서핑이 대체 무엇이길래 그토록 화제인 걸까.


현대 서핑의 아버지 ‘듀크 카하나모쿠(Duke Kahanamoku)’가 파도를 가르고 대자연을 압도하는 묘기에 가까운 모습을 보여준지 어언 100년. 이에 영감을 받은 수많은 이들이 보드를 들고 바다로 나가 파도에 맞서기 시작했다. 그렇게 시작된 서핑의 물결은 파도 위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육지를 향해 펼쳐나갔고, 서핑의 정신과 문화를 담은 다양한 산업을 파생시켰다.


서핑은 더이상 낯선 스포츠가 아니다. 폴리네시아인 고유의 능력이라는 말이 나돌던 과거가 무색하게 누구나 즐길 수 있게 되었다. 이제 서핑은 해양 레저를 넘어서 하나의 움직임으로 발전하는 중이다. 서핑이 한국에까지 전파되고 발전하며 독자적 형태로 자리하기까지, 그 과정에서 싹튼 문화와 움직임에 대해 알아보자.

 

태평양관광기구 |  고립은 특별함을 낳는다

 

대학을 졸업하기도 전에 주한 피지 명예총영사관에서 첫 사회생활을 시작한 박재아는 교과서 밖의 세상, 직접 방문하고 경험해야 이해할 수 있는 ‘지역’이라 표현하는 문화집단에 관심이 많았다. 외부 세계와 고립된 채 독자적 문화를 가진 섬나라에 주목한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해외를 수차례 방문하며 섬나라의 잠재력을 발견한 그녀는, 여러 나라의 문화를 탐구하며 긴 시간 수교와 친선의 가교를 자청해왔다. 그 결과, 이십 대 중반에 접어들자마자 주한피지관광청 한국지사장에 취임, 13년간 근무한 경력을 바탕으로 현재는 인도네시아 창조경제관광부 한국지사, 태평양관광기구, 사모아관광청 한국지사, 모리셔스 관광부의 한국 파트너로 활동 중이다. 동시에 외교부의 대( 對) 태평양, 아세안, 메콩 지역 인적 교류 사업에도 참여해 정부와 민간 차원에서의 실질적인 교류와 지속 가능한 성장 및 부가가치 창출에 기여하고 있다.

남들보다 일찍 섬나라의 매력을 발견한 그녀를 만나 폴리네시아, 멜라네시아, 미크로네시아로 나뉘는 태평양 섬나라의 문화와 생활 그리고 서핑의 발상지에 깃든 정신에 대해 물으려 한다.

Q 시작의 바다 태평양 : 서핑의 기원
흔히들 폴리네시아 인근의 섬을 서핑의 발상지라 부르곤 합니다. 약 3000년 전 이곳에 정착한 이들의 기원과 관련이 있을 텐데요. 작은 배 한 척에 몸을 맡겨 식량을 찾아, 또는 새로운 거주지를 찾기 위해 생사를 보장할 수 없는 여행 끝에 도착한 지역이 폴리네시아가 속한 태평양이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태평양 도서국은 카누와 서핑을 상징으로 여기는 나라가 굉장히 많아요. 하와이에 서핑과 관련된 유물이 많이 남아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볼 수 있죠.

*태평양 도서국 : 태평양에 위치한 주권을 가진 독립국가 14개를 칭하는 말

자원을 찾아 초원을 누비는 유목민과는 다르게 섬나라 사람들은 철저하게 고립된 환경에 놓여있었고, 섬에서 나는 자원이라면 뭐든지 활용해야 했어요. 척박한 환경 속에서 믿을 건 오로지 자신의 신체 능력과 배 한 척뿐, 때로는 작은 판자에 의지해 살아남아야만 했죠. 바다를 건너고 파도를 타는 행위는 유흥에 가깝기보다 위기 상황 시 삶의 터전을 옮길 때 사용하는 최후의 수단이기도 했어요. 그들에게 서핑은 삶이고 보드는 자기 몸의 일부와 마찬가지인 셈이죠.

 

Q 태평양 도서국의 특징은 경제규모 대비 행복지수가 높다는 점일 텐데요, 그들은 어떤 모습의 삶을 살고 있나요?
우리가 도시화를 거치며 성장을 위해선 남과 경쟁하는 것이 익숙하다 못해 당연한 시대를 살고 있는데, 그들은 우리가 잃어버린 삶의 원형을 유지하며 살아가는 중이에요. 어른을 공경하고 아이들과 힘이 약한 사람을 돌보는 것이 당연하고, 가족뿐 아니라 사회 구성원이 더불어 살고 어려움을 겪을 때 아낌없이 힘을 보태는 사회. 한때 우리도 당연했지만 이제는 잊혀져 버린 사람의 도리를 지키며 살고 있어요.

한편, 그들은 자신의 아이덴티티를 만들고 유지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요. 일 예로 태평양 부족 대부분은 가문의 문장을 가지고 있으며, 나만의 질서, 가족의 질서, 부족의 질서가 존재하죠. 부족마다 다르게 먹고 다르게 생활하며 서로 다른 정체성과 문화, 삶의 규칙이 혼재해 살아가고 있어요. 개성 속몰개성인 삶을 살아가는 문명인과는 분명하게 대비되는 점이죠. 물론 외부 문명과 단절되었고 지리적으로 고립되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겠죠. 하지만 그들은 자신의 색채를 보존하는 데 엄청난 사명감을 가지고 있는 건 분명한 사실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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