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 인도네시아 대사 우마르 하디 - ①

주한 인도네시아 대사

우마르 하디

인구 2억 7,000만 명으로 세계 4위의 인구, 세계에서 무슬림이 가장 많은 국가, 1만 7,000개의 섬으로 이뤄진 세계 최대 규모의 섬나라. 한편, 2019년 스탠다드차타드 은행 보고서에 의해 2030년 세계 경제 순위 4위의 경제 대국이 되리라 전망되고 있는 나라. 바로 아세안의 중심국 인도네시아. 이 숫자만으로도 인도네시아가 얼마나 큰 나라이며, 우리 대한민국에 얼마나 중요한 나라인지를 알 수 있다. 또한, 대한민국과 인도네시아는 그 어느 때보다도 경제, 군사, IT, 문화예술 등 다양한 분야에서 상호협력적인 관계를 맺어오고 있다.

레전드매거진은 지난 4년간 대한민국과 인도네시아, 두 나라의 관계를 위해 힘써온 주한 인도네시아 우마르 하디 대사를 만나 그들의 음식과 음악, 패션 등에 대해 이야기 나누었다.

대사로 한국에 오신지 4년이 된 것으로 알고 있어요. 지난 수십 년간 인도네시아와 한국의 관계가 어떻게 변화되었다고 보시나요?
지난 4년 동안 한국에서 인도네시아를 대표하는 한 사람으로서 책임을 맡게 된 것은 매우 행운이며, 개인적으로도 영광이고 특권이라 생각합니다. 오늘날의 인도네시아와 한국의 관계는 매우 좋습니다. 2017년 문 대통령의 인도네시아 방문 이후 양국의 관계가 더욱 가까워졌고, 이제 우리는 매우 특별한 전략적 파트너가 되었다고 할 수 있죠. 이는 인도네시아와 한국이 매우 비슷한 점이 많다는 사실을 나타내기도 합니다.

각 지역 그리고 더 나아가 세계의 안정과 평화에 있어 우리는 매우 비슷한 관점을 가지고 있죠. 가장 중요한 것은 두 나라가 개방된 시장경제를 통하여 더욱더 성숙한 민주주의로 성장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인도네시아와 한국 뿐만이 아닌 전 세계 모든 국민들에 대한 복지를 공유하며 번영과 평화 가득한 미래를 내다보고 있습니다.

타 인터뷰를 통해 ‘인도네시아인과 한국인을 합치면 더 완벽한 사람이 나올 것 같다’고 말씀하셨던 내용을 접한 적이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매우 공감되고 관심이 가는 말씀이었는데, 보다 구체적인 설명을 듣고 싶습니다.
사실 이건 제 좋은 친구의 생각이에요. 그의 이름은 김기찬이고, 한국·인도네시아 경영 협회의 창립자이자 현재도 회장의 자리에 있는 친구입니다. 그 친구의 말에 의하면 인도네시아 사람들은 웃는 것을 좋아하고 한국 사람들은 더 많이 웃어야 한다고 해요. 반면 한국인들은 혁신적이라고 알려져 있죠. 그리고 인도네시아인들은 그 혁신적인 태도가 더욱 필요로 하고요. 혁신과 행복 에너지 이 두 가지를 합칠 수 있다면 서로가 더욱 좋아질 수 있다고 믿습니다.

제가 한국에서 유명한 인도네시아 전문식당에 가보니, “인도네시아 음식은 한국인 입맛에 잘 맞는 음식입니다.”라고 소개하더군요. 대사님도 그렇게 생각하시는지, 그렇다면 한국인들에게 가장 추천하고 싶은 인도네시아 음식은 무엇인지도 궁금합니다.
인도네시아 음식을 얘기하기 전에 먼저 인도네시아 문화의 다양성을 이해하셔야 합니다. 하나의 문화, 단일의 문화라는 것은 인도네시아에 없죠. 인도네시아는 매우 크고 넓은 면적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인도네시아 서쪽 끝에서 동쪽 끝까지 비행기를 타고 간다면 6시간 반이 걸리죠. 이는 인천에서 자카르타, LA에서 뉴욕까지 가는 거리와 같습니다. 또 다수의 섬으로 이루어진 나라이기 때문에 인도네시아는 다양한 문화의 집합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인도네시아 음식 추천 드린다면 지역별로 추천을 해 드리고 싶어요.

첫 번째가 렌당이라고 하는 음식인데, 쉽게 말하면 소고기를 코코넛 밀크에 조려낸 카레입니다. 서 수마트라 지역에 있는 파당(Padang)이라는 도시에서 가장 맛있다고 알려져 있고, 한때 세계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 중에 하나로 뽑히기도 했습니다. 때문에 여러분이 꼭 한번 드셔 보시길 권장합니다.
두 번째는 여러 지역에서도 흔히 접할 수 있는 음식인데요. 물론 지역마다 요리 방법에 차이가 있어 맛이 살짝 다르기는 합니다. 바로 볶음밥인데요, 이는 나시고렝이라 불리죠. 인도네시아의 나시고렝이 특별한 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바로 새우 페이스트와 달콤한 간장인데요. 아시다시피 볶음밥은 중국과 태국 등에도 있지만, 그들은 일반적으로 짠맛이 나고 풍미가 좋은 간장을 사용하는 데 반해 우리는 단맛이 나는 간장을 사용합니다. 이는 코코넛 설탕을 사용해서 나는 단맛이죠.
세 번째로는 많은 한국인, 특히 한국 여성들이 많이 좋아하는 음식인데요. 바로 남수마트라 지역의 펨펙입니다. 한국의 어묵과도 굉장히 비슷한 음식인데요. 바로 이 길 건너에도 맛있는 어묵 집이 있는데, 저도 종종 가서 어묵을 사와 펨펙을 찍어먹는 소스와 함께 먹곤 합니다.

인도네시아 음악이라 하면 전통 음악 ‘가믈란’을 들 수 있겠습니다. 가믈란에 대해 잠깐 소개해 주실수 있을까요?
가믈란은 하나의 오케스트라입니다. 대부분 금속으로 만들어진 여러 종류의 타악기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한 가지만 연주하는 것보다 여러 악기가 하모니를 맞춰 연주해야 아름답습니다. 가믈란 음악은 마음을 달래 주는 소리라고도 하는데, 특히 나이 든 사람들이 치매를 예방하기 위해 매주 모여 가믈란을 연습하기도 합니다. 가믈란을 연주를 통해 팀워크를 배울 수 있고, 정확한 음을 연주하기 위한 훈련도 하며, 중간에 즉흥 연주도 많다 보니 두뇌를 많이 사용하게 되죠. 때문에 같은 곡을 연주해도 매번 다른 느낌을 받으실 겁니다.

가믈란은 주로 자바섬 지역과 발리에서 들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다른 지역에 가시면 또 다른 소리를 들으실 수 있죠. 필리핀과 가까운 북부 술라웨시 지역에서는 쿨린탕이라는 대나무로 만든 악기를 사용하거든요. 대부분의 인도네시아 전통음악은 한국의 전통음악과 비슷한 펜타토닉을 사용합니다. 5개의 노트만을 사용하죠. 서양의 음악과는 그런 점이 다릅니다. 제 생각에 가믈란은 굉장히 복잡한 구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클래식 작곡가인 드뷔시 역시 가믈란을 듣고 영감을 받아 작곡한 곡이 있다고 어디선가에서 읽은 기억이 있습니다.

최근 한국에서는 국악에 현대 음악을 결합하는 새로운 시도들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얼터너티브 팝 밴드 ‘이날치’, 댄스팀 ‘앰비규어스댄스컴퍼니’와 협업한 한국관광공사 ‘Feel the Rhythm of KOREA’ 캠페인이 많은 인기를 얻은 바 있는데요, 이처럼 가믈란도 서양 음악이나 최신 음악과의 협업을 위한 시도가 있다면 소개해 주세요.
2017년에 이미 LA에서 이와 비슷한 공연을 한 적이 있습니다. 가믈란과 다양한 음악의 콜라보였고, 서양 음악 외에도 여러 음악이 함께 했습니다. 프로 탭댄서와도 함께 했고, 미국 최고의 색소폰 연주자와도 함께 했죠. 저 또한 그 콘서트에서 공연을 했는데요. 제 친구인 인도네시아 유명 기타리스트가 가믈란에 맞춰 튜닝을 한 더블넥 기타를 연주했고, 저는 그 연주에 맞춰 전통 노래를 불렀었죠. 매우 실험적인 공연이었는데 개인적으로 굉장히 마음에 들었습니다. 

가믈란은 음악적 특성상 다양한 톤과 리듬을 표현할 수 있고, 연주의 세기에 따라 다른 느낌을 주기도 합니다. 미세한 차이로 또 다른 공명을 만들어 내면서 전혀 다른 느낌을 줄 수 있어 새로운 것을 얼마든지 시도해 볼 수 있는 유연함을 갖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가믈란 음악을 ‘불완전한 완벽함’이라고 말하고 싶네요. 이처럼 문화라는 것은 전통에 뿌리를 두고 어떻게 우리가 발전시키는가에 따라 계속해서 새롭게 변화하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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